재심 청구 요건과 기간 — 확정판결 뒤에도 다시 재판받을 수 있나요

형사 재심은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 대해, 법이 정한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다시 재판을 열어 달라고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무죄 확정판결에는 청구할 수 없고, “판결이 억울하다”, “판사가 증거를 잘못 봤다”는 주장만으로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대신 요건만 갖추면 청구할 수 있는 기간 제한은 없습니다. 형을 다 살고 나온 뒤에도, 심지어 본인이 사망한 뒤에도 유족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이 인정되는 사유는 7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 법은 재심 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재심은 개시되지 않습니다.

유형내용핵심 조건
증거물 위·변조유죄의 근거가 된 서류·증거물이 위조·변조된 것일 때위조죄 등 확정판결로 증명
허위 진술증언·감정·통역·번역이 거짓이었을 때위증죄 등 확정판결로 증명
무고무고를 당해 유죄를 받은 때무고죄 확정판결로 증명
기초재판 변경판결의 근거가 된 다른 재판이 확정재판으로 바뀐 때변경 재판 확정
새 증거 발견무죄·면소·형의 면제 또는 더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신규성 + 명백성
지식재산권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 침해 유죄 후 해당 권리가 무효로 확정된 때무효 확정
공무원 직무범죄수사·재판에 관여한 법관·검사·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확정판결로 증명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은 다섯 번째,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입니다. 여기서 ‘새로운’은 재판 당시 법원이 알지 못했던 증거이거나, 알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비로소 낼 수 있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이미 재판에서 다 제출되어 판단을 받은 자료를 다시 꺼내는 것은 새로운 증거가 아닙니다.

‘명백한’은 그 증거 하나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증거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유죄 판단이 흔들릴 정도여야 한다는 뜻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 종합평가 기준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확정판결을 못 받는 경우에도 길이 있습니다

위 표에서 “확정판결로 증명”이라고 적힌 사유들은 원칙적으로 위증죄·직권남용죄 등의 유죄 확정판결이 전제됩니다. 다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거나 피의자가 사망해 더 이상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우리 법은 그 사실 자체를 증명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 불법 구금·가혹행위가 있었던 사건들에서 수십 년 뒤 재심의 문이 열린 것도 이 규정 덕분입니다.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않은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형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도 재심 사유입니다

유죄의 근거가 된 형벌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되면, 그 조항은 소급해서 효력을 잃고 해당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조항에 대해 과거 합헌 결정이 있었다면 소급 범위가 그 결정 다음 날까지로 제한됩니다.

청구 기간 제한이 없고, 누가 청구할 수 있는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형사 재심에는 제척기간이 없습니다. 민사 재심이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판결 확정 후 5년이라는 기간에 묶여 있는 것과 뚜렷이 다릅니다.

청구권자는 검사, 유죄를 선고받은 본인, 법정대리인입니다. 본인이 사망했거나 심신장애 상태라면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사·재판 관여자의 직무범죄를 본인이 유도한 경우처럼, 검사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사유도 있습니다.

관할은 원판결을 선고한 법원입니다. 항소심에서 확정됐다면 그 고등법원에 내야 하고, 1심 판결이 상소 없이 확정됐다면 그 1심 법원입니다.

절차는 ‘열어 줄지’ 먼저 정하고, 그다음 다시 재판합니다

재심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단계에서 법원이 사유가 있는지만 심사해 재심개시결정을 내리고, 결정이 확정되면 비로소 본안 재판을 다시 합니다.

단계내용실무 포인트
① 청구원판결 법원에 재심청구서·증거 제출기간 제한 없음 / 교도소 내 제출 특칙 있음
② 사실조사·의견청취법원이 조사, 청구인과 상대방 의견 청취새 증거의 신규성·명백성이 승부처
③ 개시 여부 결정기각 또는 재심개시결정결정에 불복하면 즉시항고(7일)
④ 재심 공판해당 심급 절차대로 다시 심리·선고원판결보다 무거운 형 불가

재심 청구만으로 형 집행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다만 검사가 재판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재심개시결정과 함께 집행정지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이유로 거듭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한 번 기각 결정이 확정되거나 스스로 청구를 취하하면, 동일한 사유로는 다시 청구하지 못합니다. 첫 청구를 준비 없이 던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심에서 불리해질 위험은 없습니다

재심에서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를 불이익변경금지라고 부릅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형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이 원칙으로 차단됩니다.

무죄가 선고되면 법원은 그 판결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고, 구금되었던 기간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상 청구는 무죄재판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재심과 달리 지나면 끝입니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은 외국인 사건에서는 통역·번역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법은 통역이나 번역이 허위였음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를 재심 사유로 두고 있는데, 단순한 번역 품질 문제와 허위 통역은 구분해 따져야 합니다. (가상의 예시) 외국인 피고인이 “진술 취지가 반대로 옮겨졌다”고 주장하더라도, 통역인의 허위통역이 형사재판으로 확정되지 않는 한 이 사유만으로 재심이 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사건은 원심 녹취·통역 기록 확보 여부가 사실상 전부를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무죄 확정판결에 대해 검사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형사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한 제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검사도 청구권자이지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재심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을 다 살았는데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우리 법은 형 집행이 종료되었거나 형을 집행받지 않게 된 뒤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과 기록과 명예를 바로잡기 위한 청구가 실제로 이루어집니다.

본인이 사망한 경우 가족이 청구할 수 있나요?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판결이 공시됩니다.

증인이 거짓말한 것 같은데 바로 재심을 낼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그 증인에 대한 위증죄 유죄 확정판결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인이 사망해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 사실을 증명해 청구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재심이 기각되면 다시는 못 하나요?

같은 이유로는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전혀 다른 새로운 사유가 나타난 경우에는 별도의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첫 청구에 어떤 사유를 담을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심 청구를 하면 형 집행이 멈추나요?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검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법원이 재심개시결정을 하면서 집행정지를 함께 정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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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진권 변호사 (법무법인 소울)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감사원에서 근무하며 공적 기록과 절차를 검증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방송에서도 법률 해설을 맡아 어려운 절차를 일반 언어로 풀어 왔으며, 현재 법무법인 소울에서 형사 사건과 한국 거주 외국인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심은 기록 확보와 사유 구성이 결과를 가르는 절차여서, 과거 수사·재판 기록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지부터 점검하는 것을 권합니다.

근거 법령·판례

– 형사소송법 제420조 (재심이유)

– 형사소송법 제421조 (동전), 제422조 (확정판결에 대한 특례)

– 형사소송법 제423조 (재심의 관할), 제424조 (재심청구권자), 제425조 (검사만의 재심청구)

– 형사소송법 제427조 (재심청구의 시기), 제428조 (재심과 집행정지의 효력)

– 형사소송법 제429조 (재심청구의 취하), 제434조 (재심청구의 경합과 청구기각의 결정)

– 형사소송법 제435조 (재심개시의 결정), 제438조 (재심의 심판), 제439조 (불이익변경의 금지), 제440조 (무죄판결의 공시)

– 형사소송법 제405조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7일)

–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제4항 (형벌조항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재심)

–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8조 (보상청구의 기간)

– 민사소송법 제456조 (재심제기의 기간) — 형사 재심과의 비교

– 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의 신규성·명백성 판단 기준)

–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대한민국 현행 법령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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