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형사 사기죄가 바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리 법원은 계약을 맺을 당시에 이미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 이를 숨겼는지, 즉 계약 시점의 기망(속임)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에는 정상적이었는데 이후 경기 악화나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반환이 늦어진 경우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민사 절차와 형사 고소를 어떤 순서로, 어떤 증거를 모아 진행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사기죄가 인정되는 쪽과 인정되지 않는 쪽
핵심은 “돈을 못 준 결과”가 아니라 “계약할 때의 속셈”입니다. 우리 법은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은 행위를 사기죄로 정하고 있고, 법원은 임대차에서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사기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 당시 이미 주택의 담보 대출과 선순위 보증금 합계가 시세를 넘어서 있었는데 이를 숨긴 경우
–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들인, 이른바 무자본 갭 구조를 감춘 경우
– 이미 다른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못 돌려주고 있는 상태에서 새 계약을 계속 체결한 경우
–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을 내세운 경우
반대로 계약 당시 권리관계를 사실대로 알렸고, 시세 하락이나 후속 임차인 미확보로 반환이 지연된 사안은 형사 입건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보증금 반환 청구권 자체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고소보다 먼저 해야 할 민사 조치
형사 고소가 급해 보여도, 보증금을 실제로 회수하는 힘은 민사 조치에서 나옵니다. 특히 이사를 먼저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 조치 | 시점 | 효과 |
| 계약 갱신 거절 통지 | 계약 만료 전 법정 기간 내 | 묵시적 갱신 방지, 만기일 확정 |
| 내용증명 발송 | 만기 전후 즉시 | 반환 청구 의사와 지체 시점 입증 |
| 임차권등기명령 | 만기 후, 이사 전 신청·등기 완료 후 이사 | 이사해도 대항력·우선변제권 유지 |
|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지급명령 | 임차권등기 후 | 집행권원 확보, 강제경매 가능 |
실무에서 가장 뼈아픈 실수는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기재되기 전에 짐을 빼고 전입신고를 옮기는 것입니다. 순위가 뒤로 밀리면 경매에서 배당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 절차와 소요 기간
고소는 주소지 관할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장을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전세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아, 같은 임대인·같은 중개 구조의 피해자들이 자료를 모아 함께 고소하면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 단계 | 내용 | 대략적 기간 |
| 고소장 접수 | 계약서·등기부·문자·통화녹취 첨부 | 즉시 |
| 고소인 조사 | 피해 경위 진술 | 접수 후 수 주 |
| 피의자 조사·수사 | 계좌추적, 다른 피해자 확인 | 수개월 |
| 송치·검찰 처분 | 기소 또는 불송치·불기소 | 사안별 편차 큼 |
피해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무거워질 수 있고,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임대인의 재산이 사라져 회수가 어려워지므로, 가압류 등 보전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외국인 임차인이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
외국인 임차인은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대신 외국인등록(또는 체류지 변경신고)을 해야 대항력이 생긴다는 점을 놓쳐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계약서를 한국어로만 작성해 특약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거나, 만기 전 출국 일정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하지 않고 나가 순위를 잃기도 합니다. (가상의 예시로, 체류 연장 문제로 급히 출국하면서 등기 없이 전출한 유학생이 경매 배당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흔히 봅니다.) 출국 예정이 있다면 국내 송달 주소와 소송 대리 문제까지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 오면 준다”고만 합니다. 사기죄가 되나요?
그 말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계약 당시부터 반환 능력이 없었는지가 쟁점이어서, 등기부상 근저당·선순위 보증금 규모와 다른 피해자 존재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우선은 내용증명과 임차권등기명령으로 권리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사를 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습니다. 그냥 나가도 되나요?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 이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확인 전에 전출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를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형사 절차는 처벌을 위한 것이고 돈을 직접 돌려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합의나 변제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 민사 집행과 병행하는 전략이 일반적입니다.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권리관계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위험한 구조를 알고도 중개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당시 대화 기록을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제도는 어떻게 이용하나요?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결정 신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하면 됩니다. 보증금 한도 등 세부 요건은 시행령과 정부 공고로 조정되므로 신청 전 최신 기준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외국인도 같은 보호를 받나요?
국적과 관계없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대항력 요건이 전입신고가 아니라 외국인등록·체류지 변경신고라는 점이 다릅니다.
저자 소개
정진권 변호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감사원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법무법인 소울에서 형사·부동산 분쟁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법률 해설을 해왔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의뢰인의 형사·민사 사건을 꾸준히 맡아 왔습니다. 보증금 회수는 형사 고소 한 가지로 해결되지 않기에, 민사 보전·집행과 형사 절차를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합니다.
근거 법령·판례
– 형법 제347조(사기) —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
– 형사소송법 제249조 — 사기죄의 공소시효(원칙적으로 10년)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제3조의2(우선변제권),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 변경신고의 전입신고 갈음 효력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 피해자 결정 신청 및 지원 절차
–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 미반환 사안에서 계약 체결 당시 반환 의사·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판단해 왔습니다.
–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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